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미국 TV드라마 시리즈 10

Posted by 잿빛푸우 greypoooh@daum.net
2008.04.10 02:16 스크랩

소심 직딩 생활백서
<오피스>(The Office)

동서양을 불문한 진실 하나. 직장은 지옥이고 상사는 악마다(어머 정말?). <오피스>는 미 동부의 침울한 소도시 스크랜튼에 위치한 제지회사 직원들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시리즈다. 얼마나 현실적인고 하니, 아예 다큐멘터리팀이 직장인의 삶을 취재하기 위해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촬영을 한다는 컨셉이다. 이른바 모큐멘터리(Mockumentary)드라마라 일컬을 만한 이 같은 설정에서 제작진은 과도한 극적 양념을 제거한 채 캐릭터와 상황만으로 승부를 걸고, 볼품없는 보통 샐러리맨들의 숙맥 같은 삶은 금세 브레히트적 슬랩스틱과 블랙코미디로 변한다. <오피스>는 원래 영국 <BBC>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미국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동명의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 솔직히 말해 미국판 보스 스티브 가렐보다는 영국판 보스 리키 저비스가 훨씬 악질적으로 웃기지만, 두 버전 모두 기절할 만큼 웃기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두 앵글로색슨 국가들의 문화적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은 보너스라 할 만하다.

■ 당신이 <어프렌티스>, 스티브 카렐의 모든 영화들, 영국판 오리지널 <오피스>를 좋아한다면.


악마는, 비서와 함께 프라다를 입는다
<어글리 베티>(Ugly Betty)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강도 높은 TV 버전. 베티는 도수 높은 안경과 치아교정기를 낀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못난이다. 다만 할리우드 못난이와 다른 점이라면 안경을 벗고 <닙/턱>의 도움을 받아봐야 절대 예뻐질 리 없다는 거다. 어쨌거나 자신만의 잡지를 창간하겠다는 꿈을 지닌 베티는 <런웨이>라는 패션지 편집장의 비서 역에 도전한다. 결과는 뻔할 뻔자지만 기적이 일어난다. 편집장인 아들 다니엘의 여자관계로 고심 중인 사장이 베티를 고용한 것이다. 기쁨에 들뜬 베티는 다니엘의 마음에 들려 애쓰고, 다니엘은 베티를 쫓아내려 애쓰고, 그러다가 편집장을 노리는 실력파 윌레미나에 맞서야 한다는 일념하에 두 사람은 어느새 의기투합한다. <어글리 베티>는 1999년에 방영되어 스페인어권에 신드롬을 일으킨 콜롬비아산 드라마 <나는 못난이 베티>(Yo soy Betty, la fea)의 리메이크작이다.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되는 결말로 끝날 가능성도 짙지만, 왠지 진심으로 해피엔딩의 클리셰를 바라게 되는 아주아주 귀여운 코미디.

■ 당신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모든 ‘미운 오리 새끼’류의 소녀영화들을 좋아한다면.

 
최고의 SF ‘드라마’
<배틀스타 갈락티카>(Battlestar Galactica)

인간과 같은 유기체의 생물로 진화한 사이보그의 반란으로 종말의 위기를 맞이한 인류. 5만명의 생존자들은 이제 유일하게 남은 초거대 전투함 갈락티카에 탄 채 예언에 나오는 행성 ‘지구’를 찾아 아득한 우주를 떠도는 신세가 된다. 은하계의 출애굽기 <배틀스타 갈락티카>는 매회 중첩된 인간들의 갈등으로 휘몰아치는 드라마다. 갈락티카를 운영하는 아마다 함장과 민주주의의 덕목을 지키려는 여성 대통령의 갈등. 사일런과 사랑에 빠진 부머 중위의 내적 갈등. 그리고 인류처럼 진화해 자신들의 문명을 만드려는 사일런에 대항해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갈등. 게다가 이 모든 것은 테러와의 전쟁과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을 향한 격조 높은 정치적 풍자로도 훌륭하다. “특수효과보다는 캐릭터들의 힘에 의해 진행되는 아름답게 쓰여진 이야기. 그러나 특수효과 마저 X나 근사하다”는 스티븐 킹의 말 그대로, <배틀스타 갈락티카>는 그저 ‘최고의 SF드라마’가 아니라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다. 전투함과 사이보그라는 말에 섣불리 고상한 척 고개를 젓지 말라.

■ 당신이 모든 종류의 SF영화, 특히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상상 속의 실사 극장판을 좋아한다면.

 
<하우스>의 검사 버전을 보고 싶다면
<샤크>(Shark)

승소하고 싶어? 그렇다면 세 가지 간결한 규칙이 있지. 첫 번째, 재판은 전쟁이고 2등은 죽음뿐이야. 두 번째, 진실은 상대적인 것. 세 번째, 재판에서 중요한 건 배심원 12명의 의견뿐이다. 스타크는 엄청난 보수를 받아먹던 LA의 변호사. 그러나 자신의 의뢰인이 무죄 판결을 받자마자 아내의 연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는 양심의 가책을 떠안고 은퇴해버린다. 사람이란 게 원래 놀던 물에서 놀 수밖에 없는 법. 스타크는 변호사가 아니라 검사로 또다시 법정에 돌아와 수많은 범죄자들을 무죄방면시켜온 천부적 능력을 역으로 이용해 범죄자들을 족족 잡아들인다. 그에게 법전이란 종이 더미에 불과하며, 세 가지 규칙에 따라 배심원들을 구워삶는 솜씨야말로 위대한 능력에 다름 아니다. 코미디가 개입할 여지없이 하드보일드하게 달려가는 법정드라마 <샤크>는 미국 드라마가 여전히 법정에서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경쾌하게 입증한다. 이를테면 <하우스>의 검사판이라고나 할까. 제임스 우즈의 물 만난 연기가 기가 막히다.

■ 당신이 <클로즈 투 홈> <프랙티스> <하우스> 그리고 제임스 우즈가 비열하게 나온 모든 영화를 좋아한다면.


볼티모어의 비열한 거리를 가다
<와이어>(The Wire)

<와이어>의 장막을 걷고 들어가면 험악하기 짝이 없는 볼티모어의 서부에 다다른다. 흑인 밀집지역인 그곳에서 대가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젊은 아이들은 마약을 주고받으며 폭력적인 일상을 살아간다. 그 반대편에는 이들을 잡으려는 볼티모어 경찰이 존재한다. 그 위쪽에는 자기 잇속 챙기기에 바쁜 정치가와 판사, 변호사들이 어슬렁거린다. <와이어>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는 리얼리티다. <타임> <뉴스위크> 등 이 드라마를 칭찬하는 매체들 또한 미국 도시의 서늘한 삶을 흥분하지 않고 건조한 목소리로 전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와이어>가 다른 경찰 드라마와 다른 점은 경찰쪽과 주민(혹은 범죄자)들을 같은 무게로 다룬다는 사실이다. 이 냉정하면서도 치밀한 드라마가 잘 씌여진 소설에 비견되거나 인류학의 민족지(ethnography)에 비견되는 것 또한 미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 그 자체를 묘사하기 때문이다. 경찰의 비열한 도청장치와 마약이 만든 핏자국이 얼룩진 여기가 우리가 사는 곳이라고 <와이어>는 전한다.

■ 당신이 스코시즈의 <비열한 거리>나 찰스 디킨스의 리얼한 소설을 좋아한다면.

 
고립된 마을, 심연의 공포가 몰려온다
<제리코>(Jericho)

고작 대륙 저 멀리 하와이의 진주만이 공습받은 것을 놓고 온갖 호들갑을 떠는 미국을 보고 있노라면 ‘얘들이 아직 고생을 덜했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느 날 워싱턴, LA,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 핵폭탄이 떨어진다면? <제리코>는 난데없는 핵 공격을 받은 미국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캔사스주의 조그마한 시골 마을 제리코. 아주 잠시 고향인 이곳에 들르러 온 제이크 그린(스킷 울리히)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엄청난 재난 속을 헤쳐가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최신 TV시리즈인 <제리코>가 국난극복의 감동 드라마일 리는 없지 않은가. 완벽한 고립 속에서 마을 주민들 사이에 쌓여 있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 드라마는 본색을 발한다. <제리코>는 포스트 9·11 시대 미국의 근거없는 두려움을 반영한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그들이 품고 있는 두려움 속의 내피가 양파껍질처럼 한 꺼풀씩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실체? 글쎄, 조금 더 벗겨봐야 알 것 같다.

■ 당신이 <플라이트 93>이나 <최종병기 그녀>를 좋아한다면.

 
방송국의 쌩얼을 보여드립니다
<스튜디오 60 온 더 선셋 스트립>(Studio 60 On The Sunset Strip)

이토록 충격적인 첫 에피소드가 있을까. 전통의 코미디쇼 <스튜디오 60 온 더 선셋 스트립>의 생방송이 시작된 직후 프로듀서가 화면 안으로 들어오더니 카메라에 대고 “방송국은 권력에 빌붙고 기생하는 매춘부”라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이제 막 부임한 신임 사장은 그 프로듀서를 잘라버린 뒤 몇년 전 이 프로그램에서 해고됐던 작가와 감독 콤비를 불러들인다. 사장은 영화쪽에서 막 빛을 보려는 콤비를 쾌활하게 협박하고 콤비는 투덜대며 쇼로 돌아온다.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백스테이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스튜디오 60…>에서 인물들은 행동 대신 엄청난 대사만 쏟아낼 뿐인데도 보는 이를 오금이 저리게 하고 통쾌함과 서글픔을 느끼도록 만든다. <웨스트 윙>의 아론 소르킨이 제작자라면 사정이 이해되지 않나. <스튜디오 60…>은 무대만 백악관에서 방송국으로 옮겼을 뿐이지 현란한 대사로 아찔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웨스트 윙>의 복제판이다. 매튜 페리, 아만다 피트 등의 연기 또한 현기증날 정도로 만족스럽다.

■ 당신이 <웨스트 윙>을, 그중에서도 조쉬를, 그리고 <프렌즈>의 챈들러를 좋아한다면.

 
우리는 모두 아수라 백작
<쉴드>(The Shield)

세상은 더럽게 비정하다. 코딱지만한 도시 파밍턴의 경찰서 안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의 리더는 서장이 아니다. 기동타격대를 이끄는 빅 매케이야말로 경찰서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의 활동범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도시 안에서 범죄가 자라날 만한 음습한 곳이라면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빅은 그를 몰아내기 위해 서장이 심어놓은 끄나풀인 동료 경찰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쏴죽일 정도로 냉혹한 인물이다. 하지만 빅을 전형적인 ‘경찰 배지를 단 악당’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의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모습이 드러난다. 차라리 그를 몰아내려는 서장이야말로 음모가로 보이기도 한다. 물론 상황은 수시로 뒤바뀐다. <쉴드>에서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고 급박한 화면 속에서 시종일관 생존을 위한 전쟁을 펼치는 이들은 그저 난폭한 상어들이며 시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들이다. 그리고 경찰 배지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초상이기도 하다.

■ 당신이 정의와 부정이 공존하는 <씬 시티>나 <배트맨>, 또는 TV판 <스타스키와 허치>를 좋아한다면..

 
X파일 팬을 위한 가족드라마
<카일 XY>(Kyle XY)

소년이 발견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발견된 소년은 수면이나 식사, 배변 같은 인간 활동조차 기억해내지 못할 만큼 백지 상태다. 자폐증을 다루는 니콜 박사는 그를 거두어들여 카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곧 카일이 비이상적으로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러나 <카일 XY>는 자폐증 천재의 자아찾기가 아니다. 20여년 전 카일과 똑같이 생긴 청년의 실종 사건이 뒤늦게 밝혀지는 순간, 이야기는 점차 인간복제의 미스터리를 향해 나아간다(시작부터 힌트는 주어졌다. 카일은 배꼽이 없다!). 사실 <X파일>과 <테이큰>을 기대하는 시청자에게 <카일 XY>가 대단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카일 XY>의 가치는 세심하게 전개되는 가족드라마로서의 미덕이다. 세상과 단절된 소년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 유사가족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ABC 패밀리 채널에서 조용히 방영을 시작한 <카일 XY>는 에피소드당 500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미래를 보장받았다. 올해 방영될 두 번째 시즌은 장르 팬들을 위한 본격적인 시작이 될 것이다.

■ 당신이 <X파일> <테이큰> <4400>을 좋아한다면.

[출처] [본문스크랩]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미국 TV드라마 시리즈 10|작성자 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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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링
    • 2008.05.19 21:39 신고
    좋은 정보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 메그
    • 2008.09.24 10:48 신고
    오, 우연히 봤는데, 정말 유용한 정보네요. 깔끔한 정리가 좋네요. 감사합니다.